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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봄날] 동성 가정에 입양 한인 '영화같은 삶'…LA '히어로' 우뚝 섰다

세 살 때 친부로부터 버림받고 15살 때 모친이 암으로 사망한 후 3명의 동생들을 돌보며 꿋꿋이 살아 온 20대 한인 청년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LA카운티 정부로부터 '히어로'로 선정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LA에 거주 중인 23살의 패트릭 이씨. 이씨가 받는 상은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직접 수상자를 선정해 주는 것으로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성장한 포스터 홈 자녀에게 주는 것이다. 졸지에 고아가 된 후 쌍둥이 동생 셰인(23)과 여동생 에밀리(21)와 그레이스(20)가 뿔뿔이 헤어질까 봐 카운티 정부와 악착같이 싸워 지켜냈던 이씨의 투쟁도 이 상을 받는데 한 몫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후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며 영화제작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지난 해부터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지도하는 봉사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씨의 기억은 2001년도부터 시작된다. 싱글맘이었지만 열심히 일하며 아이들을 교육시켰던 엄마가 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안돼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부터다. 가족처럼 지내던 이웃 집에서 6주동안 살았지만 법적으로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게 되자 오갈 데 없는 고아가 됐다. 어린이보호국은 이들은 입양시키려 했지만 그는 동생들과 함께 살지 않으면 싫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4명이나 되는 10대 남매를 선뜻 받아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았다. 아무 의지할 곳이 없는 세상이 불행하다고 느끼던 그 때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이들을 맡겠다는 양부모가 나타난 것이다. "양아버지와 월요일에 처음 만난 뒤 그 다음 날부터 바로 함께 살게 됐죠. 그 때가 2002년 1월이었어요." 처음 만난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씨와 동생들을 받아들인 양부모는 동성 커플인 게빈 글렌씨 부부. 하지만 동생들이 더 이상 쪽잠을 자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넓은 방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는 이씨는 낯설지만 서서히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주변의 편견과 우려들도 있지만 지금은 다른 가정보다 편안하고 이해하며 지낸다는 이씨는 한국인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독일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씨가 세 살 때 집을 떠난 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래도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아요. 엄마는 매우 행복하고 즐거운 싱글 맘이었고 나는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은 했지만 '아버지'라는 단어를 말하는 그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혔다. 이씨는 "엄마는 우리가 한인이라는 사실에 항상 자랑스러워했다"며 "앞으로도 내 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를 만나면 사우나에 가고 싶어요. 살면서 아버지가 우리를 버렸다는 생각이 힘들게 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면 꼭 포옹해드릴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가족의 의미를 물어봤다. 그는 동생들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일하면서 대학생활을 하는 동생들이 대견한 지 사진을 보면서 웃었다. "가족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을 주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관계 같아요. 나도 동생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에요. 함께 자라면서 봉사와 배려를 자연스럽게 익혔거든요." 문진호 기자

201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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